Posted by on the 21st of December, 2007 at 11:04 pm under 사는이야기.  This post has 2 comments.

학교 학생회에서 봉사활동 모집한다길래 친구 꼬셔서 같이 갔다 왔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대략 200여명 정도 갔어요.

오전 7시 20분 쯤 학교에서 출발해서 태안 도착하니까 10시 반 정도 되었어요. 서울 나오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봉사활동 간 곳은 만리포 해수욕장입니다. 방송에서 만리포 해수욕장에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왜 만리포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봉사활동 하고 보니까 만리포 해수욕장쪽도 아직 손이 많이 필요하네요.

학교에서 준비해 준 장갑과 방제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장화를 신고 기름을 닦아냈습니다. 바다를 보면 이제 깨끗해 보이는데, 바닷가를 보면 아직도 기름이 많이 떠 다니더라구요. 점심 먹기 전에는 방파제 쪽을 닦았습니다. 기름 덩어리 진 거를 조금 닦긴 했는데, 잘 안닦여서 닦는건지 마는건지 알 수 없었어요.

점심은 지역 주민분이신지, 식당하신 분인지 아무튼 방파제 옆쪽 공터에서 먹었습니다. 김치찌개에 김치, 어묵볶음, 미역무침이었는데 밥이 무척 맛있었어요.

점심을 먹고 나서 장소를 옮겼습니다. 해수욕장 뒷편? 약간 산길을 올라 넘어갔어요. 바위가 새까만데, 원래 색깔이 아니라 기름을 먹어서 그렇더라구요. 닦아도 닦아도 어느새 기름이 다시 나와서 번들거려요. 우리 학교 말고 다른 곳에서 오신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봉사활동 하는 중간에 계속 간식도 나왔어요. 그러다가 장소를 다시 옮겼습니다. 자갈이 많은 곳이었어요. 이 곳에 갔더니 정말 기름이 자갈 속에서 솟아나왔어요. 자갈을 퍼내면 자갈에 기름이 잔뜩 묻어있는데 천으로 두세번 닦다 보면 어느새 천도 기름으로 가득해서 기름을 닦는건지 묻히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정말 기름 냄새때문에 머리도 아팠어요. 그렇게 자갈을 퍼내고 기름을 닦고 닦은 천은 모아서 수거하고 새로 천을 가져오고를 계속 했어요. 정말 굴삭기 하나 가져와서 자갈을 다 퍼내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한창 하고 난 뒤 봉사활동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루를 일정으로 잡은거라 다들 남은 기름을 닦지 못하고 가는게 아쉬웠을 거예요. 좁은 공간을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우리가 철수하니까 다른 곳에서 오신 분들 몇 분 말고는 사람이 없더군요.

작업을 끝내고 주차장까지 10여분 정도 걸어왔습니다. 만리포 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길을 따라 왔어요. 바닷가에 가 볼까 했는데, 신고 있는 장화에 기름때가 묻어 있어서 그냥 보기만 했어요. 바다는 이미 기름 유출사고는 잊은 듯 했어요. 문득 예전에 친구가 저에게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바다는 마음이 무척 넓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대. 우리도 그런 친구가 되자”

그렇게 봉사활동을 끝내고 왔어요. 올 때는 갈 때 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5시쯤? 출발해서 9시 다 되어서 학교에 도착했어요. 친구와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왔습니다.

지금도 얼굴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거 같고, 발은 장화를 신은 거 같고, 머리는 약간 어질한게 아직도 기름들 닦고 있는 것 만 같아요. 아무쪼록 최대한 빨리 기름을 제거해서 다시 원래 깨끗한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곳에 살고 계신 어민분들이 다시 걱정없이 어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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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the 10th of January, 2008 at 9:13 pm.

고생하셨네요.
제 고향은 서산이라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제 친구가 안흥에 살고 있고, 부모님이 그곳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시는데,
이젠 끝나버렸죠.

Posted on the 10th of January, 2008 at 11:54 pm.

이지스님 // 고생은요^^; 친구분은 정말 안타깝네요.